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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사

외식 대신 반찬가게, 회식 대신 자기관리…서울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by note68504 2026. 8. 20.

회식은 줄고 반찬가게는 늘었다…서울 소비자들이 ‘나를 위한 소비’로 바뀌는 이유

최근 서울의 소비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직장 회식이나 친구들과의 외식, 카페 모임처럼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비가 일상적인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피부관리나 운동, 취미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쓰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변화는 단순히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체적인 지출 여력은 줄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이 모든 지갑을 닫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직접적인 만족이나 효용을 주는 분야에는 선택적으로 돈을 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는 분기별 점포 수와 추정매출, 유동인구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이번 변화 역시 이러한 상권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마켓
자기관리
쇼핑

1. 외식과 회식은 줄고 반찬가게와 슈퍼마켓은 늘었다

서울 소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외식과 주점의 감소입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음식점 수는 2024년 2분기 16만1,242곳에서 2025년 2분기 15만7,108곳, 2026년 2분기 15만3,205곳으로 2년 사이 8,037곳, 약 5.0% 감소했습니다.

특히 주점과 호프 관련 업종의 감소폭이 컸습니다. 2024년 2분기 1만7,784곳이었던 점포 수가 올해 2분기에는 1만5,255곳으로 줄어들면서 2,529곳, 14.2% 감소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 보면 2년 동안 약 7곳 중 1곳이 사라진 셈입니다.

치킨 전문점도 같은 기간 6,311곳에서 5,742곳으로 569곳, 9.0%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숫자는 단순한 외식업 불황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소비자들이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P씨의 사례처럼 남편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매번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반찬가게에서 필요한 반찬만 구매하는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가 간편식을 많이 찾았다면, 최근에는 가족 단위 소비에서도 외식과 배달을 줄이고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SNS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려면 요리책을 찾아보거나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간단한 요리법을 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재료만 준비하면 짧은 시간에 한 끼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집밥’의 진입장벽도 낮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반찬가게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반찬가게는 2024년 2분기 9,614곳에서 2026년 2분기 9,853곳으로 239곳 증가했습니다.

전체 음식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반찬가게는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완전히 요리를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일 직접 모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필요한 만큼만 반찬을 사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절충형 소비가 등장한 것입니다.

슈퍼마켓의 증가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슈퍼마켓은 2024년 2분기 1만1,794곳에서 올해 1만3,391곳으로 1,597곳, 13.5% 증가했습니다. 반면 편의점은 9,633곳에서 8,879곳으로 754곳, 7.8% 감소했습니다.

편의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식료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즉, 최근 서울의 소비 변화는 ‘밖에서 함께 먹는 소비’에서 ‘집에서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소비’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외식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반찬 몇 가지를 구매해 집에서 먹고, 남은 비용은 다른 곳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지금의 소비자는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아니라 지갑을 더 까다롭게 여는 소비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 사람 만나는 돈은 줄었는데 피부관리와 운동에는 돈을 쓴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부관리와 미용, 건강 관련 소비입니다.

제공된 서울 상권 데이터에 따르면 피부관리실은 2024년 2분기 8,496곳에서 올해 2분기 1만720곳으로 2,224곳, 26.2% 증가했습니다. 조사에 포함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미용실 역시 2만1,745곳에서 2만2,065곳으로 증가했습니다. 화장품 원료 소매점은 2025년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 증가했고, 의약품 소매점 역시 8,852곳에서 9,270곳으로 4.7% 늘었습니다.

소비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외모와 건강에 관한 지출은 일정 부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여성 Y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친구들을 만나 식당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돈을 썼지만, 최근에는 만남 횟수를 줄이는 대신 매달 약 20만원을 피부관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소비 심리의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비의 만족이 ‘누구와 함께했는가’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가 직접 만족할 수 있는 소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피부관리, 운동, 건강관리처럼 비용을 지출한 결과가 자신의 몸이나 생활에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분야에 돈을 쓰는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자기관리 열풍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전체적인 구매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나타나는 선택적 소비의 한 형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소비자는 모든 지출을 줄이는 대신 ‘없어도 되는 소비’와 ‘나에게 필요한 소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친구들과 네 번 만나는 대신 두 번만 만나고, 그만큼 절약한 비용을 운동이나 피부관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소비 변화는 단순한 절약이 아닙니다. 소비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건강과 운동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스포츠·게임용품점은 2024년 2분기 3,848곳에서 올해 3,884곳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러닝과 같은 생활체육 문화 역시 이와 연결됩니다. 비싼 시설이나 대규모 모임에 참여하지 않아도 운동화 하나를 준비해 혼자 달릴 수 있고, 운동 기록을 관리하면서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가 돈을 쓰는 방식이 ‘남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소비’에서 ‘나의 몸과 취향을 관리하기 위한 소비’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유통업계와 자영업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내 삶을 개선해준다’는 명확한 효용을 제공하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찬가게가 편리함을 제공하고, 피부관리실이 자기관리의 만족감을 제공하며, 운동 관련 업종이 건강과 성취감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돈을 써서 내가 무엇을 얻는가’​를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3. 장난감 가게까지 늘었다…서울 소비의 핵심은 ‘나를 위한 작은 행복’

이번 서울 소비 변화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취미와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업종이 장난감 가게입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장난감 가게는 2024년 2분기 942곳에서 올해 1,135곳으로 193곳, 20.5% 증가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전통적인 장난감 시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최근에는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성인이 피규어나 캐릭터 상품, 굿즈 등을 수집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를 다시 구매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관련된 상품을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이 역시 ‘나를 위한 소비’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인이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특별한 취미로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돈을 쓰는 것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술 관련 업종도 증가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미술용품점 등 관련 업종은 2024년 2분기 2,238곳에서 올해 2,370곳으로 5.9% 늘었습니다.

이 역시 소비자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여가시간에 투자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소비가 반드시 고가 소비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비싼 명품을 구매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작은 피규어 하나, 운동용품 하나, 미술용품 하나를 구입하면서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의 소비자에게 이런 ‘작은 사치’ 또는 ‘작은 행복’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전체 소비 예산은 줄어들었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분야에는 돈을 쓰는 것입니다.

결국 최근 서울 소비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소비의 양보다 소비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점과 외식업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업종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찬가게와 슈퍼마켓처럼 집에서 효율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업종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피부관리실, 미용실, 운동 관련 업종, 장난감 가게, 미술 관련 업종처럼 개인의 외모와 건강, 취미, 만족감을 위한 업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선택적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무조건 많이 소비하거나 무조건 아끼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출은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자신에게 직접적인 만족을 주는 분야에는 돈을 쓰는 방식으로 소비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서울의 상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식과 모임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상권은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춰 변화해야 하고, 반대로 집밥·건강·미용·취미처럼 개인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업종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역시 점포 수뿐만 아니라 추정매출과 유동인구 등 다양한 지표를 제공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소비 변화가 실제 매출 변화로 이어지는지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돈을 덜 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돈을 쓰면서 “이 지출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따지고 있습니다.

회식 한 번을 줄이는 대신 반찬을 사고, 외식 한 번을 줄이는 대신 피부관리를 받고, 카페 모임을 줄이는 대신 운동을 하거나 취미용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소비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곳이 아니라, 제한된 소비 예산 안에서 소비자에게 분명한 이유와 만족을 제공하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 상권 변화는 바로 그 소비자의 마음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