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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사

정년이 끝나도 하림이 시니어를 다시 고용하는 이유

by note68504 2026. 8. 19.

1. 하림은 왜 정년을 맞은 직원을 다시 부르고 있을까

“정년이 됐으니 이제 집에 가세요”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하림의 시니어 재고용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인 경험 자체가 중요한 생산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림은 2019년부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 시니어인턴십에 참여해왔으며, 지금까지 145명이 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60세 이상 재고용 인력은 169명으로 전체 임직원 2,578명의 약 6.6%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정년을 맞은 직원을 굳이 다시 고용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경험’입니다. 특히 하림처럼 생물을 다루고 품질과 안전이 중요한 생산 현장에서는 매뉴얼만 읽는다고 업무를 바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화장 업무는 단순히 달걀을 기계에 넣고 병아리가 부화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아닙니다. 온도와 습도, 환기, 전란, 위생 등 여러 조건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상 징후가 있는 알을 골라내는 판단 역시 상당한 경험을 요구합니다. 닭고기 발골과 정선 업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작업 속도뿐 아니라 뼈와 살을 정확하게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현장에서 축적한 감각이 중요합니다.

개체 선별 업무도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분류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숙련도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닭의 멍이나 골절 여부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개체를 찾아내야 하고, 숙련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손으로 개체를 확인하면서 무게나 상태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은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하림 측은 일부 업무에서 최소 2~3년에서 10년 이상의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년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생산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60세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간 축적된 업무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는 숙련자를 내보낸 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다시 처음부터 교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를 경험으로 판단해야 하는 직무라면 이런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하림이 시니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기존 업무를 계속 맡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숙련된 시니어와 젊은 신입사원을 같은 현장에서 연결하고, 시니어가 일종의 현장 교사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정년 예정자와 신입사원의 부서를 미리 확인한 뒤 기술 전수를 진행하고 실제 생산현장에서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확인합니다.

이것은 고령자 고용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령자를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으로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기업이 보유한 숙련 기술을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관점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림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단순히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2. 정년 이후 시니어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보다 ‘숙련 기술’에 있다

하림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고령자 고용 자체보다 어떤 일을 맡기느냐입니다. 모든 직무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생산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 업무에서는 오랜 경험이 오히려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과 식품 생산 현장처럼 업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를 직접 판단해야 하는 직무에서는 숙련자의 역할이 상당히 큽니다.

하림이 재고용하는 인력이 담당하는 업무를 보면 이런 특징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부화장, 원료 발골·정선, 개체 선별 등이 대표적인데, 이 업무들은 단순히 정해진 매뉴얼을 반복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같은 상황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조금씩 다른 판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닭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빠르게 찾아내는 과정에서는 현장에서 수년간 경험한 사람이 갖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교육을 통해 업무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모든 현장 경험을 단기간에 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매뉴얼에는 정상적인 작업 과정이 기록되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숙련자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숙련 기술은 기업이 쉽게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재무제표에 ‘10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이라는 항목이 표시되는 것도 아니고, 직원이 퇴직한다고 해서 그 기술이 자동으로 다른 직원에게 이전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숙련자가 회사를 떠난 이후에야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기업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림은 이러한 문제를 ‘세대통합형 일자리’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숙련된 시니어를 계속 현장에 배치하는 동시에 젊은 직원에게 기술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올해 세대통합형 일자리 참여자를 25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현재 16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됐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니어와 청년의 일자리를 단순히 경쟁 관계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업의 인건비와 조직 내 승진 구조, 신규채용 규모 등을 고려하면 세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자가 자신의 업무 경험을 신입사원에게 전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니어는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고, 청년은 책이나 교육에서 배우기 어려운 현장 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특히 숙련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산업에서 의미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단순히 고령자를 얼마나 많이 고용할 것인가만큼이나 퇴직으로 사라지는 숙련 기술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등의 연구에서도 고령자 계속고용을 정년폐지, 정년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 여러 방식으로 구분해 살펴보고 있으며, 기업의 재고용 이유와 근로조건, 임금 변화, 기업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의 논쟁은 단순히 ‘정년을 몇 살로 할 것인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년 이후 어떤 방식으로 고용을 이어갈 것인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하림의 사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60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가진 20~30년의 경험까지 필요 없어지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정년은 근로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만든 제도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나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특정 업무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을 후배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년을 단순한 ‘퇴직 시점’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숙련 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전환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림이 시니어를 붙잡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3. 하림의 시니어 고용이 주목받는 이유, 앞으로 정년제는 어떻게 달라질까

하림의 사례가 단순한 한 기업의 인사제도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인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정년은 대부분 60세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에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행 제도상 사업주가 정년을 정하는 경우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부터 65세가 됩니다. 따라서 60세에 퇴직하고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년연장 논의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정년연장’뿐 아니라 ‘계속고용’이라는 개념이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년을 아예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정년 이후 재고용하거나 근로시간과 직무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령자 계속고용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여러 방식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림은 이 가운데 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고용과 세대 간 기술 전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년을 맞은 직원 가운데 무조건 모두를 재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근속 여부, 건강 상태, 근태, 동료 평가 등을 종합하고 본인의 계속 근로 희망 여부를 확인한 뒤 현업 부서와 면담을 거쳐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경우 모든 직원을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재고용 방식은 직무와 숙련도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로 재고용 기준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는지, 임금과 근로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탈락한 근로자에게 어떤 보호장치가 있는지는 앞으로 중요한 논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해 임금과 대상자 선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재고용되는 고령자의 적정 임금을 퇴직 전 임금의 70~80% 수준으로 보는 응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재고용 대상자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년 논쟁은 단순히 “60세냐 65세냐”라는 숫자 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를 계속 고용할 것인지, 어떤 직무를 맡길 것인지, 임금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근로시간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그리고 숙련 기술을 어떻게 후배에게 전달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하림의 사례에서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바로 ‘현장 교사’로서의 시니어입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이 단순히 기존 업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젊은 직원에게 전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자 고용을 비용으로만 볼 이유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숙련자가 여러 명의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한다면 그 자체가 조직의 지식 이전 시스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령화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사람을 얼마나 빨리 교체하느냐가 아니라, 경험을 얼마나 잘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습니다.

하림이 정년을 맞은 시니어를 다시 붙잡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특별히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회사가 쉽게 새로 만들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정년이 됐으니 퇴직한다”는 공식은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질문은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하림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거창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기업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정년과 계속고용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제·노동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